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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모두가 속았다.
암호화폐 시장에서 반복적으로 4년 주기 사이클은 이제 하나의 분석 도구라기보다 신앙에 가까운 서사가 되었다. 반감기 이후 상승, 기관 유입, 매크로 완화, ETF 승인 등 모든 지표와 뉴스는 하나의 결론으로 수렴한다.
“이제 불장은 시작되었다.”
문제는 이 서사가 너무 완벽하게 소비된다는 점이다.
모든 지표는 상승을 가리키고, 모든 기사는 낙관론을 증폭시키며, SNS와 커뮤니티에서는 “이번엔 다르다”는 말이 반복된다. 이 과정에서 개미 투자자들은 자연스럽게 모든 하락을 매수 기회로 인식하게 되고, 시장에 나오는 매도 물량을 거의 무비판적으로 받아내는 구조가 만들어진다.
누가 팔고, 누가 사고 있는가
시장은 항상 누군가의 매수 위에 누군가의 매도가 존재해야 성립한다.
그렇다면 질문은 하나다.
이 구간에서 누가 물량을 내놓고 있는가?
온체인 데이터, 거래소 흐름, 파생상품 포지션을 보면 한 가지 공통점이 드러난다.
장기 보유자와 일부 기관, 고래들은 조용히 위험을 줄이고, 반대로 개인 투자자들은 확신을 키우고 있다.
이것은 우연이 아니다.
‘불장’이라는 명목은 단순한 기대가 아니라, 유동성을 끌어들이는 가장 효과적인 언어이기 때문이다.
사이클은 법칙이 아니라, 기억이다
4년 주기라는 개념은 과거 데이터를 정리한 결과이지, 미래를 보장하는 법칙이 아니다.
그러나 시장은 이를 예언처럼 소비한다.
이 순간부터 사이클은 분석 도구가 아니라 행동을 유도하는 장치가 된다.
사람들은 “이전에도 그랬다”는 이유만으로 위험을 과소평가하고,
“아직 불장의 초입”이라는 말로 모든 조정을 합리화한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모두가 사이클을 믿는 시점이야말로 사이클이 무력화될 가능성이 가장 큰 시점이기도 하다.
가장 위험한 시기란 언제인가
시장은 공포보다 확신이 극대화될 때 더 위험해진다.
폭락이 와도 이상하지 않은 시기임에도 변동성은 낮고
하락은 즉시 매수로 받아쳐지며 “이 정도 조정은 건강하다”는 말이 자동 반사처럼 나온다
이런 국면은 종종 분배(distribution)의 마지막 단계에서 나타난다.
가격은 아직 무너지지 않았지만, 구조는 이미 취약해진 상태다.
‘불장’은 목적이 아니라 수단이 된다
결국 불장이라는 단어는 모두를 부자로 만들기 위한 선언이 아니라,
누군가가 수익을 확정하고 빠져나가기 위해 필요한 명분이 되기 쉽다.
이 과정에서 많은 개인 투자자들은 시장에 ‘참여’했다기보다,
의도된 서사 속에서 유동성 역할을 수행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결론,
지금 시장이 곧 폭락한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지금은 낙관론만으로 리스크를 무시해도 되는 시점은 아니다.
사이클을 믿는 것과, 사이클에 의존하는 것은 다르다.
불장을 기대하는 것과, 불장이라는 단어에 사고를 맡기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시장에 남아 있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상승에 대한 확신이 아니라, 틀릴 수 있다는 인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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