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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일어났더니 내가 코인 세력? 3편
다음 날 오전 8시 59분.
나는 휴대폰 앞에 앉아 있었다.
캘린더 알림은 아직도 떠 있었다.
알트코인 섹터 순환 회의
참석자: BTC, ETH, XRP, SOL, LINK, DOGE, 그리고 당신
“미친 건가.”
분명 미친 건 맞았다.
근데 더 미친 건,
내가 양치도 안 하고 회의 들어갈 준비를 하고 있다는 거였다.
9시 정각.
링크가 열렸다.
화면이 번쩍이더니 회의장이 나타났다.
상석에는 비트코인이 앉아 있었다.
말도 없고 표정도 없었다.
그냥 앉아만 있는데도 방 전체가 조용해졌다.
그 옆에는 이더리움이 서류 뭉치를 들고 있었다.
피곤해 보였다.
업데이트, 수수료, 레이어2, 기관, 디앱.
혼자 짊어진 게 너무 많아 보였다.
그리고 저 멀리서 누가 선글라스를 끼고 들어왔다.
리플이었다.
회의실 문을 열자마자 말했다.
“다들 나 끝났다고 했지?”
아무도 대답하지 않았다.
리플은 웃었다.
“그 말 들을 때마다 내가 오른다.”
그 뒤로 솔라나가 뛰어 들어왔다.
진짜 뛰어 들어왔다.
“죄송합니다. 빠르게 오느라 늦었습니다.”
이더리움이 작게 중얼거렸다.
“빠른 건 인정하는데 자주 넘어지잖아.”
솔라나는 못 들은 척했다.
그 옆에 링크가 조용히 앉았다.
말은 없는데 모두가 필요할 때만 쳐다보는 타입이었다.
마지막으로 도지가 들어왔다.
회의 자료도 없고, 슬리퍼 신고 있었다.
“왜요? 저도 초대받았는데요?”
비트코인이 드디어 입을 열었다.
“오늘 안건은 알트 순환이다.”
회의장이 조용해졌다.
비트코인은 화면에 차트를 띄웠다.
먼저 자기 차트였다.
“내가 오르면 시장은 안도한다.”
다음은 이더리움.
“내가 따라오르면 사람들은 확신한다.”
다음은 대형 알트.
“여기서부터 욕심이 생긴다.”
다음은 밈코인.
“여기서부터 정신을 잃는다.”
나는 손을 들었다.
“그럼 개미들은 언제 들어가야 합니까?”
회의장이 조용해졌다.
갑자기 모두 나를 쳐다봤다.
비트코인이 말했다.
“대부분은 마지막에 들어온다.”
도지가 해맑게 웃었다.
“제가 제일 바쁠 때요.”
리플이 고개를 끄덕였다.
“욕하다가 삽니다.”
솔라나가 덧붙였다.
“놓쳤다고 생각할 때 뛰어듭니다.”
이더리움이 한숨을 쉬었다.
“그리고 나중에 공부합니다.”
나는 아무 말도 못 했다.
너무 정확했다.
비트코인이 말했다.
“시장은 돈으로 움직이는 것 같지만, 사실 관심으로 움직인다.”
화면에 커뮤니티 글들이 떠올랐다.
비트 간다
이더 따라붙었다
알트장 시작?
솔라나 미쳤다
도지 왜 감?
리플 이거 진짜 뭐 있음
지금 타도 됨?
비트코인이 나를 봤다.
“저 마지막 문장이 가장 위험하다.”
“지금 타도 됨?”
나는 작게 따라 읽었다.
비트코인이 말했다.
“그 말이 나오는 순간, 이미 누군가는 팔 준비를 하고 있다.”
그때 리플이 웃으며 손을 들었다.
“반박합니다. 저는 그 말 나오고도 더 갑니다.”
이더리움이 고개를 저었다.
“그래서 네가 제일 악질이야.”
리플은 뻔뻔하게 웃었다.
“시장에는 안정적인 코인도 필요하지만, 사람 미치게 하는 코인도 필요합니다.”
도지가 박수를 쳤다.
“명언입니다.”
회의장 뒤쪽 문이 열렸다.
처음 보는 애들이 우르르 들어왔다.
AI 코인.
RWA 코인.
게임 코인.
밈코인.
그리고 이름도 못 읽겠는 코인들.
그중 하나가 소리쳤다.
“저희도 오늘 순환 대상입니까?”
비트코인이 물었다.
“너희 서사는 뭐냐?”
AI 코인이 말했다.
“미래입니다.”
RWA가 말했다.
“현실 자산입니다.”
게임 코인이 말했다.
“유저 온보딩입니다.”
밈코인이 말했다.
“저는 그냥 개입니다.”
도지가 감동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합격.”
나는 어이가 없어서 웃었다.
그런데 비트코인은 웃지 않았다.
“서사가 있는 코인은 오른다.”
그리고 잠시 멈췄다.
“하지만 서사만 있는 코인은 결국 무너진다.”
회의장 분위기가 차가워졌다.
비트코인이 내 쪽으로 몸을 돌렸다.
“너는 어제 알았다. 사람들은 코인을 사는 게 아니라 이야기를 산다는 걸.”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오늘 배울 건 뭡니까?”
비트코인이 말했다.
“이야기가 언제 끝나는지 보는 법.”
그 순간 회의장 불이 꺼졌다.
스크린에 세 단어가 떴다.
거래량
유동성
출구
이더리움이 설명했다.
“처음엔 이야기가 돈을 부른다.”
솔라나가 말했다.
“그다음 속도가 붙는다.”
리플이 말했다.
“그다음 의심하던 사람들까지 들어온다.”
도지가 웃었다.
“마지막엔 아무도 이유를 안 묻습니다. 그냥 갑니다.”
비트코인이 말했다.
“그리고 그때가 가장 위험하다.”
갑자기 내 휴대폰이 울렸다.
거래소 알림이었다.
DOGE +18.7%
도지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어? 저 갑니다?”
회의장이 술렁였다.
커뮤니티 글이 폭발했다.
도지 뭐 있음?
머스크 트윗함?
밈장 시작?
도지 놓치면 이번 장 끝임
나 지금 들어감
내 손가락이 또 움직였다.
매수 버튼.
익숙한 위치.
익숙한 심장박동.
그때 도지가 화면 속에서 나를 똑바로 봤다.
“형.”
나는 멈칫했다.
도지가 웃으며 말했다.
“나 원래 이유 없이 가요.”
“…”
“근데 형은 꼭 이유를 만들고 사더라.”
순간 뒤통수를 맞은 것 같았다.
나는 손가락을 뗐다.
도지는 계속 올랐다.
+21%.
+24%.
+27%.
나는 이를 악물었다.
“아, 진짜 살걸.”
비트코인이 말했다.
“후회하지 마라.”
“근데 더 오르잖아요.”
“그건 네 돈이 아니다.”
조용해졌다.
그 말은 이상하게 세게 박혔다.
내가 못 먹은 수익.
내가 놓친 펌핑.
내가 안 산 코인.
전부 내 돈 같았다.
근데 아니었다.
내 돈은 내가 지킨 돈이었다.
그때 회의장 문이 다시 열렸다.
검은 정장을 입은 남자가 들어왔다.
모두가 조용해졌다.
비트코인도 입을 다물었다.
나는 조심스럽게 물었다.
“저 사람은 누구죠?”
이더리움이 낮게 말했다.
“오늘의 진짜 안건.”
남자는 천천히 스크린 앞으로 걸어갔다.
그리고 한 단어를 띄웠다.
Liquidity
유동성.
남자가 말했다.
“가격을 올리는 건 쉽습니다.”
그가 손가락을 튕기자 차트가 수직으로 솟았다.
“문제는 누가 받아주느냐입니다.”
스크린에 수많은 개미들이 나타났다.
환호하는 사람.
뒤늦게 타는 사람.
대출받아 들어오는 사람.
수익 인증 보고 못 참는 사람.
남자가 웃었다.
“그래서 우리는 이야기를 만듭니다.”
AI.
RWA.
ETF.
파트너십.
상장.
메인넷.
소각.
그리고 가장 강력한 단어.
이번엔 다르다.
나는 소름이 돋았다.
남자가 나를 봤다.
“당신도 이 말을 좋아하죠?”
나는 대답하지 못했다.
그는 웃었다.
“괜찮습니다. 모두가 좋아합니다.”
그때 비트코인이 조용히 말했다.
“회의 종료.”
화면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나는 급하게 물었다.
“잠깐만요. 그럼 어떻게 살아남는데요?”
비트코인이 마지막으로 말했다.
“오르는 코인을 찾지 마라.”
“그럼요?”
“네가 왜 사고 싶은지 들켜라.”
순간 화면이 꺼졌다.
나는 다시 내 방이었다.
책상 위에는 식은 커피.
모니터에는 차트.
그리고 휴대폰에는 새 알림 하나.
DOGE +31.2%
나는 한숨을 쉬었다.
“진짜 사람 놀리네.”
그때 메시지가 왔다.
[Unknown Number]
“오늘 회의는 맛보기였습니다.”
나는 바로 답장했다.
“다음은 뭔데요?”
답장은 짧았다.
“설거지 회의입니다.”
잠시 후 캘린더 초대장이 떴다.
제목: 출구 유동성 선발전
참석자: 고점 매수자, 물린 사람, 수익 인증러, 그리고 당신
나는 휴대폰을 내려놓았다.
그리고 아주 조용히 말했다.
“아니 왜 항상 나야.”
4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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