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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시간 전

카이아가 설계하는 아시아의 온체인 자본시장

1. 온체인 자본시장의 세가지 구성요소


아시아-태평양 지역은 전 세계 수출의 약 39%를 차지하며, 세계은행 기준 연간 해외 송금 유입만 약 4,000억 달러에 달하는 세계 최대 경제권이다. 반면, 금융 인프라는 국경마다 파편화되어 있다. 한국은 원화, 일본은 엔화, 인도네시아는 루피아로 각각 다른 통화를 쓰고, 결제 시스템과 정산 구조도 나라마다 상이하다. 국경을 넘는 송금은 여전히 수일이 걸리고, 세계은행 기준 아시아 평균 소매 송금 수수료는 5~6%에 달한다. 아시아 안에서 돈을 옮기는 일은 같은 경제권 안의 거래치고는 지나치게 느리고 비싸다.


스테이블코인이 이 구조를 바꿀 수 있는 가능성을 열었다. 스테이블코인 전체 발행량은 rwa.xyz 기준 약 3,000억 달러에 달하며, 2025년 한 해 동안 처리된 조정 거래량(adjusted transaction volume)은 약 10.8조 달러를 기록했다. 2026년 4월 한 달 기준으로는 1.25조 달러로, 연환산 시 Visa의 연간 결제 처리량을 넘어서는 규모다. 이처럼, 스테이블코인은 크립토 내부의 유틸리티를 넘어 실물 결제와 정산 영역까지 침투하는 금융 인프라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아시아의 파편화된 통화, 결제 구조를 온체인 위에서 하나의 레일로 연결할 수 있는 도구가 생긴 셈이다.


그래서 모든 레이어1들이 스테이블코인 유치에 나서고 있다. 네이티브 USDT, USDC 발행을 확보하고, 온/오프램프를 연결하고, 글로벌 결제사와 파트너십을 체결하는 것이 이제 레이어1의 기본 역량이 되었다. 스테이블코인 유동성을 갖추는 것은 더 이상 차별점이 아니라, 온체인 경제를 운영하기 위한 기본 인프라인 셈이다.


그렇다면 진짜 질문은 그 다음이다. 들어온 스테이블코인이 체인 위에서 무엇을 하고 있을까. 현실을 보면, 대부분의 체인에서 스테이블코인은 여전히 '지나가는 돈'이다. 거래소 간 이동, P2P 송금, 결제. 돈이 A에서 B로 이동하는 파이프 역할은 하지만, 그 돈이 체인 위에 머물면서 일하는 경우는 드물다. 전송량이 아무리 늘어도 그것만으로 자본시장이 만들어지지는 않는다. 아시아의 파편화된 금융을 온체인에서 진짜로 잇기 위해서는, 스테이블코인이 단순히 국경을 넘는 것을 넘어 그 위에서 예치되고, 담보로 잡히고, 빌려지고, 운용되어야 한다. 스테이블코인이 체인 위를 통과하는 것과 체인 위에서 일하는 것은 본질적으로 다른 문제다.


여기에 RWA(실물자산 토큰화)가 결합하면 자본시장의 윤곽이 한층 뚜렷해진다. 국채, 선박 금융, 소액 대출 같은 전통 자산이 토큰화되어 온체인에 올라오면, 디파이가 제공하는 시장 구조 안에서 이 자산들이 거래되고, 담보로 활용되고, 수익을 만들어낸다. RWA가 자본시장에 올릴 '대상'을 만들고, 디파이가 그 대상이 움직이는 '구조'를 제공한다. 그리고 이 둘 사이에서 가치를 매개하는 것이 스테이블코인이다. RWA의 수익은 스테이블코인으로 정산되고, 디파이의 담보와 차입도 스테이블코인을 중심으로 돌아간다. 결국 온체인 자본시장이란, 스테이블코인, 디파이, RWA와 같은 시장이 하나의 순환 안에 엮여 있는 상태를 말한다. 카이아가 RWA를 어떻게 온체인으로 끌어오는지는 기존 리서치에서 다룬 바 있다.




카이아는 이 순환을 만들고 있는 체인이다. 스테이블코인이 단순히 오가는 전송망이 아니라, 들어온 자본이 실제로 예치되고 운용되고 수익을 만들어내는 시장의 기반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카이아는 이를 스테이블코인, 디파이, RWA 세 요소를 중심으로 그려가고 있다. 이번 글에서는 그중 카이아가 제시하는 디파이의 흐름을 하나씩 살펴본다. 1)아시아 로컬 스테이블코인으로 통화 레일을 놓는 과정, 2)그 위에 유동성을 모으는 방식, 3)모인 유동성을 카이아 밖의 네트워크 및 통화와 연결하는 방법, 4)디파이를 통해 유동성이 자본으로 전환되는 흐름을 살펴보고자 한다.


 


2. 달러와 로컬 스테이블코인으로 통화 레일 구축


온체인 자본시장의 첫 번째 조건은 통화 레일이다. 자본이 예치되고, 담보를 제공하고, 차입하고, 운용되려면 먼저 시장 안에서 기준이 되는 통화와 실제 사용자가 쓰는 로컬 통화가 함께 돌아가야 한다. 글로벌 디파이에서는 달러 스테이블코인이 이 기준 통화 역할을 해왔다. 반면 아시아의 실제 결제와 송금은 원화, 엔화, 루피아, 링깃 같은 로컬 통화 위에서 움직인다.


카이아의 스테이블코인 전략은 이 두 층을 하나의 체인 위에 올리는 데 있다. 먼저 달러 스테이블코인인 USDT로 글로벌 달러 유동성을 확보하고, 그 위에 각국 로컬 스테이블코인 레일을 얹는다. 카이아가 말하는 “One chain, Multiple local rails”는 이 구조를 가리킨다. USDT는 여러 로컬 통화가 고립되지 않도록 교환 및 정산의 기준이 되고, 로컬 스테이블코인은 각국 사용자와 지역 경제를 온체인으로 끌어오는 접점이 된다.


2-1. 달러(USDT) : 온체인 자본시장의 기준 통화


카이아의 온체인 자본시장은 달러 스테이블코인에서 출발한다. 아시아 각국의 경제는 원화·엔화·루피아·링깃 같은 로컬 통화로 움직이지만, 온체인 유동성의 기준 통화는 여전히 달러다. 글로벌 디파이에서 담보·차입·정산·유동성 풀의 기준 자산은 대부분 달러 스테이블코인이며, 그중에서도 USDT는 발행량 1,890억 달러에 이르는 세계 최대 스테이블코인이다. 로컬 통화 스테이블코인은 온체인에 올라오더라도 곧바로 교환하고 정산할 상대 자산이 없으면 고립되는데, 가장 깊은 달러 유동성인 USDT가 바로 그 상대가 되어준다. 카이아가 각국 통화 레일에 앞서 글로벌 기준 통화인 달러부터 확보해야 했던 이유다.


카이아에서 이 역할을 맡는 것이 USDT다. 2025년 테더는 라인넥스트, 카이아와 함께 USDT를 카이아 네트워크에 네이티브로 배포했다. 발행사인 테더가 카이아를 공식 지원 체인으로 추가하면서, 카이아 위에서 USDT를 직접 보유·전송·사용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되었다. 이후 USDT는 라인 앱과 지갑 인프라에 연결되어, 사용자가 라인 환경 안에서 결제·송금·디파이에 활용할 수 있는 자산이 되었다.


USDT의 네이티브 온보딩은 여러 로컬 스테이블코인을 하나의 시장으로 묶는 기준 유동성을 마련한 일이다. 온체인 자본시장은 각국 통화 스테이블코인이 올라오는 것만으로는 작동하지 않는다. 자산이 서로 교환되고, 가격이 매겨지고, 담보·차입·수익 전략으로 이어지려면 공통의 기준 자산이 필요하다. 엔화·원화·루피아·링깃 스테이블코인이 각국 사용자의 결제와 송금 수요를 온체인으로 끌어온다면, USDT는 이 자산들이 고립되지 않고 글로벌 디파이와 연결되는 교환·정산 기준이 된다. 카이아가 말하는 "One chain, multiple local rails"가 이 구조다. 하나의 체인 위에 글로벌 달러 유동성을 공급하고, 그 위에 아시아 각국의 로컬 통화 레일을 얹어 다통화 온체인 자본시장을 만드는 것이다.


2-2. 엔화(JPY): JPYC와 라인 앱 내 유통


일본은 아시아에서 자국 통화 스테이블코인을 가장 먼저 제도화한 나라다. 2023년 자금결제법 개정으로 발행 주체를 은행·자금이동업자·신탁회사로 한정하면서, 규제된 엔화 스테이블코인이 합법적으로 발행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발행 자격이 모호한 회색지대와 달리, 제도가 정리된 시장에서는 대형 금융기관과 플랫폼이 안심하고 자산을 다룰 수 있다. 카이아 입장에서 일본은 통화 레일에 올릴 자산이 제도적으로 보장된 시장인 셈이다.



그 위에서 나온 대표적인 엔화 스테이블코인이 JPYC다. 달러 스테이블코인 2위 USDC의 발행사 서클(Circle)이 투자에 참여했는데, 달러를 쥔 사업자가 엔화 스테이블코인까지 노린다는 점에서 스테이블코인 경쟁이 달러를 넘어 로컬 통화로 번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JPYC는 이미 이더리움·아발란체·폴리곤에서 발행되고 있었지만, 지난 5월, 카이아를 네 번째 발행 체인으로 추가했다. 카이아를 택한 이유는 유통 경로에 있다. 엔화 스테이블코인이 발행되더라도 사용자에게 닿지 못하면 의미가 없는데, 카이아는 발행된 자산을 곧바로 사용자에게 연결할 통로를 쥐고 있다.


그 통로가 라인이다. JPYC는 카이아 발행과 동시에 라인넥스트의 가상자산 지갑 Unifi에 채택되었고, 일본 내 1억 명 이상이 쓰는 라인 앱 안에서 별도 설치 없이 엔화 스테이블코인을 보유, 송금, 예치할 수 있게 되었다. 여기서 한 단계 더 나아가, 6월 중순 일본 한정으로 출시 예정인 Unifi Mini는 기존 웹·웹앱으로만 접근 가능했던 Unifi를 LINE 메신저 안에서 바로 연결한다. 사용자가 브라우저를 전환할 필요 없이 메신저 내에서 엔화 스테이블코인을 사용할 수 있는 초석이 마련되는 셈이다. 발행(JPYC) → 전송(카이아) → 유통(라인)이 하나로 이어진 이 경로는 발행 체인만 늘리는 다른 네트워크가 재현하기 어려운 카이아의 강점이다.


카이아의 행보는 발행과 유통을 넘어 일본 제도권 금융의 표준 논의로 들어가고 있다. 카이아는 주요 신탁은행이 참여하는 Progmat DCC에 합류했는데, 이는 일본 내 스테이블코인과 토큰화 자산의 발행·유통 표준을 설계하는 컨소시엄으로 SMBC 등이 추진하는 신탁형 엔화 스테이블코인 프로젝트와 맞닿아 있다. 자금이동형(JPYC)으로 라인 유통 경로를 확보한 데 이어 신탁형까지 접점을 넓히며, 카이아는 일본에서 단일 코인을 넘어 제도권의 여러 갈래에 걸쳐 통화 레일을 쌓아가고 있다.


2-3. 원화(KRW): 제도화를 기다리는 통화 레일


한국은 일본과 달리 원화 스테이블코인 제도화가 아직 완료되지 않았다. 그러나 제도에 앞서 기술 검증은 이미 카이아 위에서 진행되고 있다. 2026년 5월 KB국민은행이 원화 스테이블코인의 발행, 결제, 정산, 해외 송금을 하나로 잇는 PoC(개념 증명)를 카이아와 함께 마쳤고, 이어 iM뱅크도 발행, 정산 파일럿을 진행했다. 복수의 주요 은행이 같은 체인 위에서 원화 스테이블코인을 검증하고 있다.


이 검증에서 주목할 부분은 해외 송금이다. 국민은행의 PoC에서 원화 스테이블코인은 카이아에 확보된 USDT 유동성을 매개로 달러 스테이블코인으로 전환되어 해외 계좌까지 전달되었다. 지금은 송금이라는 하나의 사례에서 검증된 단계지만, 로컬 통화가 USDT로 전환되어 온체인에서 운용 가능한 자산이 되는 같은 구조는 디파이의 담보, 차입, 수익 전략으로까지 그대로 이어질 수 있다.


제도화 시점은 아직 불확실하지만, 카이아 위에서 기술 검증이 선행되고 있다는 점에서 제도가 정비되었을 때 가장 빠르게 대응할 수 있는 위치에 있다. 한국과 일본의 사례는 발행 주체와 진행 단계가 다르지만, 두 시장 모두 카이아를 자국 통화 스테이블코인의 발행 및 정산 기반으로 활용하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동아시아 두 핵심 통화권에서 통화 레일이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 것이다.


카이아의 로컬 스테이블코인 전략은 한국과 일본을 넘어 동남아시아로도 확장되고 있다. 인도네시아 루피아 스테이블코인 IDRX는 카이아에 이미 발행되어 있으며, 말레이시아 링깃 스테이블코인 MYRC를 발행하는 BLOX는 카이아의 공식 생태계 파트너로 참여하며 발행을 준비 중에 있다. 엔화와 원화에 이어 루피아와 링깃까지, 카이아 위에 아시아 주요 통화의 스테이블코인이 순차적으로 올라오고 있다.


카이아의 통화 레일은 각국 스테이블코인을 단순히 발행하는 것을 넘어, USDT라는 기준 통화 위에 로컬 통화가 얹히고, 이 자산들이 같은 네트워크 안에서 교환, 정산, 운용 가능한 상태로 공존하는 것이 핵심이다. 다만 통화 레일이 갖춰졌다는 것은 아직 돈이 모일 자리가 마련되었다는 뜻일 뿐이다. 이 돈이 체인 위에서 실제로 일하려면, 모인 유동성이 디파이를 통해 자본으로 전환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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